플루타르크 영웅전

근면성실의 끝판왕 마르쿠스 카토

공희준 2014. 11. 24. 00:39

마르쿠스 카토는 기원전 234년에 태어나 149년에 사망한 고대 로마공화국의 정치인이다. 그는 대大 카토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는 그의 증손자인 또 다른 마르쿠스 카토와의 구별을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손자는 당연히 소小 카토로 통한다.


큰 카토와 작은 카토 모두는 로마의 내로라하는 보수주의자였다. 허나 형식상의 공통점이 그들의 내용상의 유사함까지 반드시 뜻하지는 않는다. 큰 카토가 한미한 가문 출신이라는 불리한 환경을 딛고 일어나 입신출세에 성공한 전형적인 자수성가형 인물이었던 것에 비하여, 작은 카토의 대에 이르면 이미 카토 집안은 로마에서 알아주는 명문가로 약진한 이유에서였다. 더 크고 본질적 차이점은 전자가 검소함과 근면성과 자기절제 같은 로마의 바람직한 전통적 가치를 지키려고 노려한 반면에, 후자는 벌써 오래전에 시효를 다한 로마의 낡은 사회질서와 정치체제를 옹호하였다는 대목에 있다.


큰 카토(이하 카토)는 자수성가형 인물 특유의 두 가지 특징으로 평생을 일관하였다. 첫째는 지독한 자기모순이다. 스스로는 변론을 제2의 신체처럼 생각해 말솜씨를 연마하는 작업에 쉬지 않고 힘썼으면서도, 로마를 방문한 아테네의 유명한 철학자 겸 웅변가들이 대중들 사이에 인기를 얻자 변론술이 로마의 젊은이들을 법률과 정치와 군사에서 멀어지게 한다면서 이들을 당장 추방할 것을 요구하였다.


둘째는 절대로 남을 믿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절대적인 타인 불신의 습관이 그로 하여금 나이가 80이 넘고, 90이 가까이 되어서도 고발과 소송에 열중하도록 만들었으리라.


그럼에도 카토는 남들이 함부로 범접하기 어려운 장점과 행운을 확보하였다. 그의 장점은 철저한 솔선수범이었다. 그는 전쟁터에서 부하 병사들과 나란히 식사 준비를 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졸병들이 먹는 거친 음식을 기꺼이 즐겁게 먹었다. 그의 행운은 바로 이웃집에 당대 로마 정계의 실력자인 발레리우스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거였다. 살면서 가장 후회하는 사건들 가운데 하나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서 하루를 헛되이 보낸 것이라고 회고했을 정도로 엄청나게 부지런한 카토의 생활태도에 매료된 발레리우스가 카토가 정치에 입문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주었기 때문이다. 카토는 나중에 발레리우스와 같이 로마의 집정관에 선출됨으로써 옛 은혜에 보답한다.


카토는 한니발의 군대가 이탈리아 반도를 제 집처럼 맘껏 오가면서 수많은 로마군들을 한참 참살할 무렵에 소년병으로 포에니 전쟁에 참전했다. 따라서 과거에 카르타고가 얼마나 강력하고 위협적인 나라였는지를 뼈저리게 체험했을 그가 이제는 모든 식민지와 영토의 대부분을 상실하고 작고 약한 도시국가로 전락한 카르타고를 지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것을 원로원 연단에서 주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게다. 그 결과 로마군은 공식적 사서에 기록된 최초의 제노사이드(Genocide)라고 규정될 수 있는 끔찍한 만행을 카르타고시의 함락 직후에 저지르게 된다.


체질적으로 튼튼했던 데다가 꾸준한 운동과 적절한 섭생을 통해 건강을 착실히 돌본 카토는 그야말로 천수를 누렸다. 그는 아내는 물론 아들보다도 훨씬 더 오래 살았다. 그 덕분에 손녀뻘이었을 자신의 비서의 딸에게 새 장가를 들어 미래에 작은 카토가 태어날 씨앗을 뿌릴 수가 있었다. 문제는 비서의 딸을 취하는 과정이 매우 지저분했다는 점이다. 사실상 사기결혼이었다.


카토의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수십만 명의 대군을 거느린 페르시아의 크세르크세스 대왕조차 쉽사리 돌파하지 못했던 난공불락의 테르모필레 협곡의 요새를 소수의 별동대만을 직접 이끌고서 단숨에 점령하는 놀라운 전공을 세웠을 때었다.


그런데 이 광경은 장엄하기보다는 허탈하다.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가 되면서까지 300명의 용사들과 함께 끝까지 요새에서 버틴 스파르타의 레오니다스왕과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게, 수만 명의 대병을 휘하에 두고 있던 안티오코스왕은 날아온 돌에 맞아서 이 한 개가 부러지자마자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면서 도망치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다. 역사가 한 번은 비극으로, 또 한 번은 희극으로 반복되는 것은 의도하지도 않고, 예상하지도 못한 역지사지 아닌 역지사지의 경우가 왕왕 돌발적으로 일어나서인지도 모른다.


* 「플루타크르 영웅전」 읽기 모임의 다음번 주제는 ‘필로포이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