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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호남 마케팅에 대한 단상

공희준 2012. 11. 13. 21:24

박근혜 씨가 자신이 정권을 잡으면 호남 출신 인물을 총리에 임명하겠다고 간을 보더니, 이번에는 지난 4월 총선 당시 부산에서 손수조 양을 데리고 연출한 행동과 비슷한 ‘쌍두노출’마저 선거법 위반 시비를 무릅쓰면서까지 감행한 모양이다.


박근혜 씨의 행보에서는 하나의 흐름이 발견된다. 그것은 박근혜를 중심으로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호남에서 모종의 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인상, 곧 이미지는 어디까지나 이미지일 뿐이다. 즉 실체는 없을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결국 호남에서는 박근혜로부터 비롯되는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질은 박근혜 캠프와 새누리당의 노림수다. 현재 이러한 노림수의 궁극적 목적은 유력 대권주자들 가운데 유독 박근혜만이 호남에 대해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것에 있는 걸로 보인다. 박근혜 씨의 이와 같은 노이즈 마케팅 전략이 나름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이유가 문재인 씨를 위시한 친노 정치인들과 그 지지자들이 ‘부산 정권’ 내지 ‘부산 대통령’ 따위의 영남패권주의적 망언들을 여전히 입에 달고 다니는 데 있음은 물론이다.


박근혜 씨의 의도가 적중하여 호남에서 박근혜를 중심으로 뭔가 큰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국민들이 확실하게 받게 된다면 이번 대선에서 그는 자기 아버지 이후로 호남 지역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자칭 보수진영의 대통령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그 지지율은 두 자릿수를 간신히 넘기는 정도에 불과할 테지만, 금년의 대통령 선거가 접전 양상으로 펼쳐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승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의미 있는 수치다.


따라서 우리가 할 일은 박근혜 씨가 호남에서 무슨 일을 하든, 극단적인 사례를 들자면 광주시내 한복판에서 어느 걸그룹 멤버와 서로 머리끄덩이를 붙잡고 싸우는 육탄전을 벌일지라도 철저하게 무신경해지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박근혜가 호남을 손안에 쥐고서 꾸미고 있는 이런저런 정치적 책략과 기동들을 일절 비판하지도, 평가하지도, 언급하지도 말라는 거다.


허나 우리가 할 일은 단지 이걸로만 끝나지 않는다. 문재인 씨에게 참여정부 시절에 이뤄진 호남 푸대접에 대해 다시 한번 진솔하게 사과할 것을 촉구하는 숙제 또한 잊지 말아야 한다. 이 요구를 문재인 씨나 그 주변세력이 무시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퉁치려 한다면 남은 선택은 간단하면서도 자명하다. 부인이 호남 사람인 안철수 씨나, 그 스스로가 호남인인 강지원 씨를 압도적으로, 그리고 전폭적으로 밀어주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