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근혜의 백제사 말살에 부쳐
풍납토성이 한성백제의 수도였다는 것이 고고학계를 위시한 역사학계에서는 거의 정설로 굳어져가고 있단다. 최소 500년 이상 백제의 궁성이자 중심지로 역할하면서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을 그곳은 현재는 서울의 전형적인 시가지로 변모해 있다.
한국사에서 백제사는 대대로 터무니없을 만큼 찬밥 신세였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백제의 첫 번째 도읍지를 제대로 발굴하기 위해 40년에 걸쳐서 1년에 500억 원씩 총액 2조 원을 투자해 풍납토성 안의 토지를 모두 매입할 계획이 세워져, 2001년부터 그 작업이 조용히 진행되어온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며칠 전 다른 정부기관도 아니고 황당하게도 문화재청이 앞장서서 이 매입 계획을 사실상 백지화하고, 그 대신 규제를 완화해 풍납토성 안팎의 땅들을 대대적으로 개발하기로 결정한 모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를 단두대로 보내겠다고 기염을 토하기가 무섭게, 이미 수천 년 전에 고인이 되었을 백제의 온조대왕이 뜬금없이 무덤에서 강제로 끌려나와 프랑스 혁명 당시의 마리 앙투아네트 왕비처럼 단두대 앞에 초라하고 앙상하게 무릎 꿇려진 형국이다. 김유신과 김춘추를 어느 한국사의 위인보다도 흠모했던 박정희 소장의 딸이 정권을 잡자 백제의 목에 시퍼렇게 곤두선 칼날이 또다시 드리워진 셈이다. 내가 이래서 신라의 후예들이라면 아주 치를 떠는 것이다.
수많은 관할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치명적으로 위협할 위험성이 대단히 높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아온 송파구청이 풍납토성의 백제 유적을 파괴하고 말 천인공노해야 마땅할 패륜적 만행을 역시나 제일 먼저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나섰다. 당연히 지금의 송파구청장은 새누리당 소속의 인물이다. 무슨 아줌마 같던데 정확한 이름은 모르겠다. 별로 알고 싶지도 않고.
2조 원은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천문학적 금액일 테지만, 한 민족과 한 국가의 고대사의 비밀을 발굴해 보존하고 복원하는 비용으로는 그리 크지 않은 액수이리라. 미국이 한국에 “수익자 부담의 원칙” 아래 배치하려고 안달이 난 THAAD(사드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2세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왜 갑자기 문화재청은 백제의 도성에 흉포한 당나라군도 모자라 흉물스러운 불도저까지 들여보내려고 발버둥치는 것일까?
정답은 빤하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일에 오롯이 쓰여야 옳을 예산마저도 바닥난 쌀독 뒤지듯 박박 긁어내 4대강 공사에 깡그리 퍼부은 까닭에 백제 고도의 숨겨진 역사를 되살리는 중차대한 민족사적 과제에 필요한 재원이 어디에 온전히 남아있겠는가? 이명박이라는 자에게는 어떠한 인간적 예의도 갖춰줄 필요가 없음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확인시켜주는 실로 엽기적인 사건이라 하겠다. 백제의 소중한 유물들을 콘크리트 보들에 갇혀 똥물이 돼버린 강물에 야만적으로 던져버리는 뻔뻔스러운 반달리즘에 결과적으로 일조한 이재오라는 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