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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광주에 이의 있습니다

공희준 2015. 2. 3. 18:21

금년 4월 하순에 치러질 예정인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기존의 새민련도, 새로운 대안정당을 만들려는 세력도 또다시 광주를 승부처로 인식하는 모양이다. 박근혜 정권이 산술급수적으로 속도를 올리며 뒷걸음질치는 분위기라면 소위 야권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도를 붙여가면서 퇴행하는 기세라고 하겠다. 광주로 향하는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야권의 주도권을 잡아야 정권도 잡을 수 있다고 항변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한결같이 20023월의 민주당 광주경선의 영광과 기적을 재연하고 말겠다는 야무진 포부가 단단히 똬리를 틀고 있으리라.

 

허나 물어보자. 문재인 의원이 광주에서의 득표율이 낮아서 졌나? 아니면 친노들이 오매불망으로 애면글면하는 부산경남 지역에서 일방적으로 밀린 까닭에 정권을 못 잡았나? 한마디로 수도권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둔 탓에 대선에서 패배한 것이다. 특히나 가장 많은 유권자가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에서는 그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는 완패였다.

 

안철수 의원의 몰락은 2012년 가을에 그가 광주에 뻔질나게 드나들 때부터 시작되었다. 짐작하건대 광주의 민심은 무조건 합치라는 것이었을 테고, 안철수 나름으로는 그러한 간절한 민심을 선의에 의거해 존중한 결과로 문재인 의원과 친노들에게 벌써 햇수로 3년째 영혼까지 탈탈 털려오는 중이다.

 

호남 출신 지인들에게는 엄청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나는 광주는 더 이상 한국정치의 중심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광주는 여전히 반새누리당 정서의 아성이기는 하다. 그러나 우리가 참여정부 이후로 뼈저리게 목격해오지 않았나? 새누리당(한나라당)을 소리 높여 욕하던 인간들이 정작 자기들이 정권이나 당권 등의 권력을 잡게 되면 그동안 비난해온 상대방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추태를 벌이곤 했던 위선과 배신의 릴레이들을.

 

이번 보궐선거의 판세가 어떠한 방향으로 흐르건 다음 총선과 대선 국면에 이를 즈음이면 광주의 민심은 역시나 무조건 합쳐라일 게다. “무조건 합치라는 광주의 표심은 확 바꿔라는 수도권 여론과는 상당한 괴리를 드러낼 전망이다. 합치는 것을 희망하는 광주 민심과, 바꾸는 것을 염원할 수도권 민심 사이에서 후자를 선택하려면 오는 보선에서부터는 광주에서 헛심 쓰다가 수도권에서 죽을 쑤는 지난 몇 년간의 악순환의 고리를 단호하게 끊어버려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늘 불길한 예감은 적중하기 마련이다. 작년 이맘때도 나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몇몇 인사들에게 호남에 가급적 가지 말라는 조언을 간곡히 했고, 그러한 의견은 일언지하에 배척당했다. 아마도 동일한 패턴이 금년에도 반복될 테고, 야당은 다시금 통합이나, 연대니, 후보 단일화니 하면서 그 나물에 그 밥인 인물들로 총선과 대선에 임하다 허망하게 자멸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나의 이런 예상이 올해부터는 제발 확 틀리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