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찾다 정신 나간 한국의 야당
참여정부 최고존엄의 불행한 타계 이후로 야당에서는 ‘정신’이라는 말이 무슨 얘기를 하든 결코 빠져서는 안 될 필수불가결한 단어가 돼왔다. 뭐든지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한 법이다. 나는 야당이 국민들에게 주고 있는 식상함과 이물감이 상당 부분 바로 이 ‘정신’의 오남용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권이 금년 들어오자마자 왜 급속히 몰락하기 시작했겠는가? 국민을 물질적으로 만족시켜주지 못한 탓이다. 나는 물질주의를 단호히 배격한다. 아니, 물질주의는 물론 그 자연적 결과물인 배금주의까지도 지독히 혐오한다. 그러나 물질주의나 배금주의를 척결해야 하는 임무는 인문학자나 시민운동가들의 일이지 정당이나 정치인의 몫은 아니다. 따라서 야당은 국민들의, 특히 서민대중들의 절박한 물질적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데 당력을 집중해야만 마땅하다. 그런데 지난 몇 년간 지겹도록 들어온 [정신 계승]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지 이제는 [정신 복원]마저도 공공연히 운위되는 지경이다. 야권 전체가 그 정파의 같고 다름에 관계없이 한마디로 정신 나간 짓거리만 골라서 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의 야당에는 젊었을 적에 유물론을 열렬히 학습한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쓸데없이 ‘토토가’ 거론하면서 후배들의 감성코드에 은근슬쩍 편승할 시간 있으면 골방이나 박스 안에 20여 년 넘게 처박아놨을 유물철학에 관한 책들을 다시 꺼내 읽기 바란다. “한 인간의 의식 곧 정신머리는 그 인간의 물질적 존재, 즉 경제적 이해관계에 의해 본질적으로 규정된다”는 언제 어느 때 들어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깊은 통찰과 과학적 혜안이 담긴 케케묵은 책들 말이다. 486 세대에게는 마르크스와 레닌이 S.E.S나 엄정화보다 더 애절하게 찾고 그리워해야만 할 소중한 추억의 아이돌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