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착한 사대주의에 관하여

공희준 2014. 9. 4. 23:38

1. 불평등이 나쁘다는 소리를, 정의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꼭 이름난 구미의 학자들에게 의존해 주장해야만 설득력이 있는가?


김포공항에 방금 도착한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첫인상이 어떠냐는 질문을 한 다음 “Beautiful!"이라는 응답을 끌어내야만 직성이 풀리던 식민지 노예근성 창궐하는 시절로부터 단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대한민국의 진보라는 사람들의 줏대도, 배알도 없는 꼬락서니가 한마디로 역겹다.


이번 추석 명절에 노량진에 가면 내 방 책장에 20년 넘게 꽂혀있는 주체사상에 관한 책들을 죄다 긁어모아서 신천으로 가져와야만 하겠다.


2. A4 용지로 1장 남짓한 분량의 신문 칼럼에서 어렵게 혓바닥을 굴려야 겨우 발음이 되는 유명한 외국 학자들의 이름을 서너 차례씩 대면하는 일은 그야말로 고역이다. 평균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이 아무리 책을 읽지 않기로서니 그 꼬부랑글씨의 외국 학자들 못지않게 많이 공부하고, 깊게 생각한 사람들은 우리나라 안에 분명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그런 숨어있는 실력파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데 들어가야 마땅할 돈과 시간과 노력이 무슨 소리를 할지가 뻔히 예상되는 외국 학자들의 하나마나한 이론과 의견이 담긴 책들을 경쟁적으로 번역하는 데에 허투루 낭비되고 있다. 최대한 선의로 해석해도 ‘착한 사대주의’ 근성의 발로에 불과한 짓들을 전혀 거리낌 없이 자행할 수 있는 그 똥배짱들이 너무나 놀랍다. You W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