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상남도 지사와 인터뷰를 한 차례 진행한 적이 있다.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블로그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인 미디어몹에서 내가 ‘편집고문 대우 알바’라는 한국 언론사에서 전무후무할 엽기적인 직함을 지니고 활동할 때였다. 농담처럼 들리겠지만 편집고문대우 알바라는 직책은 실제로 존재했고, 나는 이를 증명하기 위해 명함까지 파고 다녔다.
당시는 2006년 5월의 전국 동시 지방자치 선거를 앞둔 시점이었다. 미디어몹에서는 지자제의 꽃이라고 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준비 내지 고려하고 있는 여러 정치인들과의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는데, 그러한 대상에는 한나라당 안에서는 대단히 드물게 친서민 정치인으로 오랫동안 평가되어온 홍준표 의원도 당당히 끼여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홍준표 씨에게 비교적 호감을 품어온 터였다. 왜냐면 그가 검은머리 외국인들, 즉 한국인으로서의 의무는 이행하지 않으면서 권리만 알뜰히 챙겨먹으려는 약삭빠른 무늬만 외국인들을 제도적으로 응징하는 작업을 선두에서 밀어붙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주된 표적이 머물기는 주로 한국에 머물면서 국적은 얌체 같이 미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주한 재미교포라는 점이 나를 특히 흡족하게 만들어줬다.
그와 2시간 정도 인터뷰를 했는데 홍준표 씨는 자신이 서울 동북부 권역에 위치한 16개 국회의원 선거구를 통틀어 유일하게 당선된 한나라당 정치인이라는 사실을 스무 번도 넘게 한껏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되풀이 강조하였다. (김민석과 더불어 80년대 학생운동권의 양대 스타로 각광받은 허인회에게는 한없는 굴욕이었겠으나….) 참여정부의 최고존엄이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이라는 현실과 맞물리면서 홍준표가 얼마나 크고 강력한 권력의지를 흉중에 갖고 있는지를 의미심장하게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홍준표 씨가 벌인 홍길동 행각을 둘러싸고 많은 시비가 일었다. 대표적 문제제기가 그가 발의한 법률안들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논리였다. 이런 소리를 다른 쪽은 몰라도 열린우리당 측에서 공공연하게 해대는 주객이 전도되고, 공수가 뒤바뀐 듯한 해괴한 모습을 목도하면서 나는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참여정부는 포퓰리즘을 오용하고 남발해서 망한 것이 아니라, 자기들이 행정권력과 의회권력을 모두 확고히 장악한 명실상부한 집권세력임에도 불구하고 현직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한 핵심 구성원들이 시종일관 소위 논객 코스프레에 열중하면서 오직 말과 글로써만 대중영합적 자세를 취했기에 비참하게 몰락한 까닭에서였다.
서민대중의 십년 묵은 체증을 통쾌하게 뚫어주는 참다운 포퓰리즘의 진수를 유감없이 용감하게 선보였던 홍준표씨가 무상급식 논란으로 최근에 다시 여론과 언론의 중심에 우뚝 섰다. 무상급식에 대한 찬반 주장은 이미 나올 만큼 나왔으므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정책이 아닌 정신상태에 관해서이다. 골프를, 그것도 미국에서 부유한 재미교포와 함께 어울려 쳤을 정도면 홍준표씨는 이미 정신상태가 썩을 대로 썩었다고 봐야 한다.
나는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대권을 잡지 못한 이유를 아주 간단한 데서 찾는 편이다. 이해찬씨가 조선 후기 노론의 영수인 송시열과 비슷한 수구반동적 인물로 변질된 원인도 매우 단순한 지점에서 구하고 싶다. 김종필도, 이해찬도 골프 하나 끊지 못하는 약해빠진 정신력 탓에 실패했다고. 골프 하나 과감하게 끊지 못하는 약해빠진 정신력의 소유자들이 무슨 수로 일국의 대통령이 되고, 혁명보다도 어렵다는 개혁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주도하겠는가?
따라서 미국에서까지 골프채를 휘둘러야만 직성이 풀리는 모양인 홍준표 씨는 본인이 저 아랫동네에서 관찰사 벼슬 하는 데 대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감지덕지해야 마땅할 것이다. 덧붙이자면 담배 하나조차 끊지 못하는 약해빠진 정신력을 지닌 인간들이 득시글한 대한민국 진보진영에 나날이 망조가 드는 것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리라. 노선이고, 도덕성이고 다 떠나서 정신상태 썩은 사람들이 제대로 해낼 수 있는 일은 이 세상에 거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