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팟캐스트들이 예전만큼의 대중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분위기이다. 언변 어눌하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상위 1프로에 확실히 속할 나 같은 부류의 인간들에게는 솔직히 매우 반가우면서도 바람직한 현상임에 틀림없다.
개인적 소회를 털어놓았으니 객관적 분석도 곁들여야 합당하리라. 나는 2012년도 초중반에 절정에 달했던 팟캐스트의 전성시대를 “상대를 죽이지는 못하고 약만 올리는 시대”였다고 정의하고 있다. 상대를 죽이지도 못하면서, 약만 올리는 행동이 어떠한 치명적 결과를 낳는지를 우리는 새누리당이 여전히 국회 제1당으로 군림하고 있고, 한국의 현직 대통령이 박근혜라는 사실에서 쓰라리게 목격하는 중이다.
그러나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서 한때 맹위를 떨쳤던 이런저런 팟캐스트 프로그램들을 제작하고 방송했던 이들에게 책임을 돌리기는 어렵다. 그들은 상대를 약을 올리는 것만으로 이미 자기들 역할을 충분히 성공적으로 완수해냈기 때문이다. 문제는 언제나 정치에 있다. 일부 여당 정치인들, 그리고 대부분의 야당 정치인들은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지도 못하면서, 상대편 정당은 물론이고 그 지지층까지 덩달아 약을 올리는 것으로 자신들이 해야만 할 일을 다 했다고 아직까지도 철석같이 믿고 있는 탓이다.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다는 사람들이 지금은 야당의 지도부와 지지층의 중핵을 형성하고 있다. 야당에 우호적 성향을 띠는 진보 언론사들과 진보적 지식인들의 대다수도 80년대에 대학물을 먹었던 사람들이다.
이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선전선동의 효능과 위력에 대한 과도한 맹신이다. “우리에게 사흘만 텔레비전 편성권을 주면 세상을 단숨에 뒤엎을 수 있다”고 기염을 토하던 당시의 조야하고 낭만적인 의식 수준에서 조금도 진화하지 못한 셈이다. 그러한 자신감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과대망상이었는지는 민주정부 10년 동안 방송환경이 진보진영에 그 어느 때보다 유리한 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에게 무기력하게 정권을 내준 데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말았다.
선전선동으로 상대를 약을 올릴 수는 있다. 허나 상대를 완벽히 제압할 수 있는 근본적 방법은 안정된 리더십과 검증된 실력에 있다. 상대를 약 올리는 건 광대나 실무자들의 몫이지, 최종 결정권을 쥔 지도자의 임무는 아닌 것이다.
덧붙여 부탁하고 싶은 사항은 검증된 실력을 공부 잘하는 것과 절대로 혼동하지 말라는 거다. 딸에게 용서를 받았는지, 받지 못했는지 자세한 후일담이 알려지지 않고 있는 전설적인 고시 3관왕이지 자칭 못난 아비 고승덕씨의 경우를 봐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