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시대에 지배적 정설(Orthodox)처럼 군림하고 있는 몇 가지 주류적 개념들에 대해 오래전부터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껴왔다. 무엇보다도 그것들이 개념을 정의해놓은 이들의 의도와는 무관(어떨 경우에는 고의적으로 보일 때도 많다)하게 사람들을, 특히 아직 권력과 부를 갖지 못한 다수의 서민대중들을 패배주의적이고 현실순응적 태도로 이끈다는 점이 아주 못마땅하다.
대표적 사례가 “정치는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미안하지만 국민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으면 사회복지사가 되거나, 적십자사나 유네스코 같은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학교 다니면서 공부깨나 했다는 축에 속한다면 (한)의대나 약대로 진학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 되겠다.
정치는 도전이어야 한다. 왜냐면 사회의 근본적 모순들과 중대한 문제들은 과감한 모험정신이 뒷받침되어야만 극복되고 해결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는 국민과 함께하는 위대한 도적과 모험]이라는 대담하면서도 진취적 정의가 21세기 한국정치 본연의 목적과 역할에 확실하게 부합하는 개념규정이리라.
첨언한다면 “사회적 약자들의 아픔을 보듬어주겠다”는 정치인들의 발언, 그중에서도 자타칭 진보개혁파 정치인들의 가르랑말도 본질적으로는 현상유지에 기여하는 알량하고 얄팍한 말장난으로만 들린다. 내가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진보는 [약자가 강자로 거듭나도록 도와주는 것을 핵심적 과제로 삼는 공세적 진보]이기 때문이다.
2015년은 양의 해라고 한다. 아마도 “순결한 양, 선량한 양” 운운하면서 민중을 또다시 나약하고 온순한 양떼로 순치시키려는 늑대의 담론들이 양의 탈, 아니 정확히는 진보의 탈을 쓰고 횡행할 것이 뻔하다. 올해는 양의 집안에서 태어난 사람도 사자가 될 수 있다는 희망과 가능성을 만들어나가는 원년이 돼야만 할 것이다.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 없겠다. 당장 우리 집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