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대한 평가는 지난 몇 년 동안 대체적으로 긍정적 방향으로 변화해왔다. 내가 문재인 새정련 대표를 김영삼의 후계자라고 나무랄 때의 그 진정한 방점은 그가 김영삼의 후계자인 것이 아닌, 문대표가 김영삼의 후계자인 것을 계속 감추려고 드는 것처럼 보이는 데 놓여 있다.
3당 합당도 나쁜 일이었고, IMF 관리체제를 불러온 것도 나쁜 일이었고, 퇴임 후에 김대중 정부의 발목을 사사건건 붙잡고 늘어짐으로써 개혁을 방해한 것도 나쁜 일이었다. 그럼에도 김영삼의 문민정부가 군부의 쿠데타 가능성을 거의 영구적으로 차단했다는 사실, 공직자들이 재산이 많을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도록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금융실명제를 전격 도입하고 초고속 전산망을 처음으로 깔기 시작했다는 사실 등은 YS의 과오를 덮고도 남는다고 나는 믿는다.
만약 누가 나에게 김영삼 전 대통령의 공식적 후계자 노릇을 한번 맡아보라고 권유한다면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따라서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김영삼의 정통 후계자라고 이제 당당히 커밍아웃하기 바란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그가 YS의 계승자이기 때문에 비판하는 게 아니라, 김영삼의 후계자임을 정직하지 않게 자꾸만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아서 비판하는 것이니….